3,167줄짜리 함수로 만든 Claude Code가 시장을 지배하는 이유

AI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만들다 보면, 특히 Claude Code 같은 AI 코딩 도구를 쓰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자주 와요. 오류가 발생해서 AI한테 해결책을 물어보고, 이것저것 대화하다가 결국 “일단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보자” 는 식으로 진행하게 되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Anthropic의 개발 전략과 정확히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출처 : ChatGPT Images 2.0으로 직접 생성한 이미지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3월 31일, Anthropic이 Claude Code 패키지를 npm에 업데이트하면서 실수로 59.8MB짜리 소스맵 파일을 함께 올렸어요. 내부 디버깅용 파일이었는데, 그 안에 전체 소스코드로 향하는 경로가 담겨 있었어요. 몇 시간 만에 수천 명의 개발자가 코드를 열어봤고, 반응은 냉혹했습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건 print.ts라는 파일이었어요. 전체 길이가 5,594줄인데, 그 안에 함수 하나가 3,167줄에 달했어요. 책 한 권 분량의 내용이 단락 구분도 목차도 없이 하나의 문단으로 쓰인 것과 비슷한 구조예요. AI 회사임에도 감정 분석에 AI 대신 단순 규칙 기반 문자열 탐색을 쓰고 있었어요.

개발자 커뮤니티에서는 “유지보수 악몽”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그런데 Bluesky에는 이런 말도 올라왔습니다. “대충 짠 쓰레기 코드도, 제품이 시장에 맞으면 1년 안에 연 매출 25억 달러를 만들 수 있다.” 조롱과 인정이 한 문장에 공존하는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점유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유출 이후에도 Claude Code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현재 전 세계 공개 GitHub 커밋의 약 4%가 Claude Code로 작성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요.

흥미로운 건 경쟁사들이에요. 그럼에도 Gemini CLI는 Apache 2.0 라이선스로 GitHub에 공개돼 있고, OpenAI의 Codex CLI도 마찬가지예요. 코드를 자유롭게 확인하고 수정할 수 있는데도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드를 공개한다고 경험까지 복제되진 않는다

유출 직후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한 분석이 이 질문을 정면으로 다뤘어요. 사용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건 코드에 대한 접근권이 아니라, 모델과 도구가 매끄럽게 통합된 경험이라는 거예요.

Gemini CLI를 쓰면 Gemini 모델을 쓰게 되고, Codex CLI를 쓰면 OpenAI 모델을 쓰게 돼요. 코드를 복사해도 그 안에 흐르는 모델은 복사되지 않아요. 어떤 맥락을 얼마나 넣을지, 파일 구조를 어떻게 읽을지, 오류를 어떻게 처리할지 — 이 결정들은 수많은 실제 사용 속에서 쌓인 것들이에요. 결국 코드를 복사한다고 그 축적이 따라오지는 않습니다.


Anthropic이 선택한 방향

Claude Code를 만든 Boris Cherny는 한 인터뷰에서 Anthropic의 개발 방향을 이렇게 설명했어요. 코드를 더 잘 읽기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코드 변경의 결과를 더 빠르게 감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요. (인터뷰 원문, 2026년 2월)

전통적인 개발 원칙은 코드를 잘 짜면 버그가 줄고, 버그가 줄면 제품이 안정적이라는 거예요. 반면 Anthropic의 접근은 달라요. 코드를 아무리 잘 짜도 버그는 생긴다. 그렇다면 버그가 생겼을 때 얼마나 빨리 감지하고 복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거죠. 예방보다 감지와 복구에 투자하는 전략이에요.

처음에 얘기한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다시 보자”는 방식이 사실 이 전략과 같은 맥락이에요.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데 시간을 쓰기보다, 빠르게 시도하고 결과를 보면서 다음 방향을 잡는 거죠. AI 도구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방식을 택하게 되는데, 그게 Anthropic이 제품을 만드는 방식과 일치한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기술부채 문제는 어떻게 될까요? Anthropic 스스로도 피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다만 지금은 두 가지가 이 전략을 버티게 해주고 있어요. 하나는 기술부채가 쌓이더라도 Claude Code 자체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다른 하나는 빠르게 배포하고 빠르게 감지하면서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는 것. 그 격차가 기술부채보다 먼저 작동한 거예요.


이 이야기가 우리한테 중요한 이유

완벽한 준비를 위해 출시를 미루는 팀과, 일단 내보내고 반응을 보는 팀.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프로세스를 촘촘하게 만드는 조직과, 실수가 나왔을 때 빠르게 알아채는 시스템을 만드는 조직.

Anthropic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는 이미 시장이 보여주고 있어요.

코드 리뷰를 통과 못 할 코드로 만든 제품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코드 품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닐 수 있어요. 다만 기술부채가 언젠가 청구서를 보낸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그 청구서가 언제 도착할지가 진짜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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