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용 공고를 보면 “경력 3년 이상”만 잔뜩 보이고, 신입 공고는 거의 안 보인다는 느낌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
착각이 아닐 수도 있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확인한 자료를 보면, ChatGPT가 나온 뒤로 프로그래밍 직군 채용 증가율이 거의 절반으로 줄었거든요.
한국의 AI 신입 채용 감소 흐름도 다르지 않아요. 동아일보가 국내 주요 IT 기업 11곳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대 신규 입사자 수가 최근 2년 새 2,453명에서 1,387명으로 43.5% 줄었어요.

그런데 NATO 특수작전대학의 놀란 로벳이라는 연구자는 이 현상을 다른 각도에서 짚어요. 회사들 각자는 지금 완전히 합리적인 선택을 하고 있는 건데, 그게 쌓이면 업계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지금 있는 사람에게 AI를 맡기는 게, 회사 입장에선 똑똑한 선택이에요
로벳이 짚은 메커니즘은 이래요. 경력직이 AI 도구를 쓰면 예전엔 신입에게 맡기던 초급 업무 상당 부분을 직접 처리할 수 있게 돼요.
회사 입장에선 신입을 새로 뽑아 교육하는 것보다, 지금 있는 경력직에게 AI를 쥐여주는 쪽이 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어요.
문제는 그 경력직도 한때는 신입이었다는 거예요. 지금 신입 자리를 안 만들면, 나중에 그 자리를 채울 경력직이 부족해질 수 있어요.
로벳은 이걸 **”인간 예비군 역설(Human Reserve Paradox)”**이라고 불러요.
회사 하나하나는 각자 합리적인 선택을 계속 쌓았을 뿐인데, 그게 모이면 업계 전체의 전문성 재생산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거예요.

이 흐름은 프로그래밍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고 로벳은 봐요. 소프트웨어 개발, 금융 분석, 법률 조사처럼 자동화하기 쉬운 지식 업무일수록 위험이 크고, 의료나 공학은 자격증 규제 덕분에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해요.
이 효과는 2023년부터 이미 시작됐고, 완전히 드러나는 시점은 2030년에서 2045년 사이일 거라고 로벳은 예상해요.
개인의 실력도 같이 흔들린다는 근거는 이미 여럿 나왔어요
이 구조가 더 걱정스러워지는 지점이 있어요. AI를 쓰는 개인의 실력 자체가 흔들린다는 연구도 이미 여러 건 나왔거든요.
Anthropic이 자사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AI를 써서 코딩 문제를 푼 그룹은 지식 테스트에서 대조군보다 17% 낮은 점수를 받았어요.
AI가 실력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글에서 다른 사례로도 다룬 적 있어요
비슷한 시기 MIT가 참가자 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EEG 연구(아직 동료 심사를 거치지 않은 사전공개 논문이에요)에서도 AI를 쓴 집단에서 뇌 네트워크 연결성 지표가 더 낮게 측정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참가자 83%가 자기가 방금 AI로 쓴 글에서 문장을 인용하지 못했어요.
또 스위스 SBS Swiss Business School 연구진이 66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AI 사용량과 비판적 사고력 사이에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가 확인됐는데, 17~25세 젊은 층에서 이 경향이 가장 강했어요.
그런데 여기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지금 우리가 AI 결과물이 맞는지 틀린지 가늠할 때, 우리는 그 분야를 직접 겪으며 쌓은 감에 기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그 감을 쌓는 과정 자체를 AI가 대신해주고 있다면, 미래의 우리는 무엇으로 AI를 검증할 수 있을까요.
AI를 감독할 능력 자체가, AI가 조금씩 갉아먹을 수 있는 바로 그 전문성에 기대고 있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은 안 느껴지지만, 이 감독 능력이 실제로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시간이 한참 지나야 드러날 문제예요.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건 아직 아니에요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어요. 앞에서 본 채용 추세와 개인 단위 연구가 모두 “AI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확실하게 못박고 있는 건 아니에요.
2026년 1월에 나온 한 연구는, AI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직군들의 채용 위기가 사실 ChatGPT가 나오기 전부터 이미 시작됐다는 걸 발견했어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구도 프로그래밍 채용 증가율이 줄어든 건 확인했지만, 이게 AI 때문인지 다른 경기 요인 때문인지는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인정했어요.
Anthropic이 2026년 3월 발표한 자체 연구에서도 AI가 전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어요. 다만 22~25세 청년층 중 AI 노출도가 높은 직군에서만 취업률이 0.5%포인트 낮아진 게 확인됐어요.
즉 “AI가 전문성을 파괴하고 있다”는 문장은 아직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 로벳의 문제 제기에 개인 단위 연구와 일부 고용 지표가 겹치면서 제기되는 가설에 가까워요.
그래도 지금 신입 자리를 구하고 있거나, 반대로 팀에 신입을 뽑을지 고민 중이라면 이 역설이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수 있어요.
여러분의 회사나 업계에서도, 신입 자리가 줄어드는 게 느껴지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