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이나 옵시디언에 개인 위키를 만들어본 적 있어요? 처음엔 꽤 공들여 세팅하고, 태그도 붙이고, 페이지도 만들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열지 않게 되는 거예요. 새 내용을 넣으려면 기존 내용과 어디서 겹치는지 확인해야 하고, 교차 참조도 달아야 하고, 업데이트도 해야 하고. 그 과정이 30분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냥 안 쓰게 돼요.
AI 도구를 배우다 보면 이 문제가 더 두드러져요. 새로운 도구가 계속 나오고, 배운 것들을 어딘가에 정리해두려고 하는데, 탭은 쌓이고 메모는 흩어지고. 나중에 “분명히 어디서 봤는데”라는 말을 반복하게 되죠. AI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직접 만들면서도 같은 패턴을 겪었어요. OpenAI 공동 창립 멤버이자 테슬라 전 AI 총괄인 Andrej Karpathy가 최근 공개한 아이디어가 바로 이 문제를 건드렸어요.
왜 개인 위키는 실패할까
Karpathy는 사람들이 위키를 포기하는 이유가 게으름이 아니라고 말해요. 유지 관리 비용이 가치보다 빠르게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새 내용을 추가할 때마다 기존 페이지들과 일관성을 맞추고, 교차 참조를 업데이트하고, 중복을 정리하는 작업 — 이걸 북키핑(bookkeeping)이라고 부르는데, 사람한테는 지루하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에요.
그런데 LLM은 지루함을 모르죠. 교차 참조 업데이트를 잊지 않고, 새 소스 하나를 넣으면 관련된 페이지들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요. 북키핑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진다면, 위키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RAG랑 뭐가 다른가
ChatGPT에 파일을 올리거나 NotebookLM을 쓸 때는 RAG(검색 증강 생성) 방식이에요. 질문할 때마다 원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답하는 거예요. 도서관 사서가 매번 서가에서 책을 꺼내 읽어주는 것과 비슷해요. 찾아주긴 하는데, 지식이 어딘가에 쌓이지는 않아요.
LLM 위키는 달라요. LLM이 원문을 읽고 마크다운 위키를 직접 써요. 새 소스가 들어올 때마다 기존 위키를 업데이트하면서 지식이 복리로 쌓이는 구조예요.
Karpathy의 비유가 인상적이에요. “옵시디언은 IDE, LLM은 프로그래머, 위키는 코드베이스.” 사람은 무엇을 읽을지, 무엇을 물을지를 결정하고 LLM은 그걸 정리하고 유지하는 거예요.
구조는 어떻게 생겼나
세 레이어로 이루어져 있어요.
첫째, 원문 소스예요. 내가 모은 아티클, 논문, 메모. LLM이 읽기만 하고 수정하지 않는 레이어예요.
둘째, 위키예요. LLM이 직접 생성하고 관리하는 마크다운 파일 모음이에요.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 관련 아티클 하나를 넣으면, LLM이 요약 페이지를 만들고 관련 개념 페이지에 자동으로 연결해줘요. 다음에 비슷한 주제의 글을 넣으면 기존 페이지가 업데이트돼요. 탭을 새로 열 필요 없이 지식이 한 곳에서 이어지는 거예요.
셋째, 스키마예요. LLM한테 위키의 구조와 규칙을 알려주는 설정 문서예요. 이게 있어야 LLM이 일반 챗봇이 아닌 위키 관리자로 동작해요. 처음엔 짧아도 되고, 쓰면서 함께 다듬어가면 돼요.
실제 작업은 세 가지예요. 소스를 추가하면 LLM이 읽고 위키를 업데이트하는 인제스트, 위키를 대상으로 질문하는 쿼리, 주기적으로 페이지 간 모순이나 오류를 점검하는 린트예요.
AI가 정리까지 해주면, 생각은 누가 하지
솔직히 이 질문이 마음에 걸렸어요. Karpathy의 아이디어가 처음 공개됐을 때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나왔어요. AI에게 너무 많은 걸 위임하다 보니 “뇌의 일부가 비어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경험담이었어요.
그런데 Karpathy가 맡기자는 건 북키핑이지, 사고 자체가 아니에요. 이 둘은 생각보다 명확하게 구분돼요.
예를 들어 AI 뉴스 10개를 읽고 요약 페이지를 만드는 건 AI에게 맡길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중에서 내 블로그에 쓸 주제를 고르고, 어떤 시각으로 접근할지 결정하는 건 내가 해야 해요. 교차 참조 업데이트, 모순 정리, 파일 일관성 유지는 행정 작업이고, 무엇을 읽고 어떻게 연결할지는 사고 작업이에요. LLM에게 위임하는 건 전자예요.
AI 도구를 쓰면 쓸수록 이 경계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맡길 수 있는 건 맡기되, 판단은 내가 해야 해요. 결국 그 판단의 질이 위키의 깊이로 이어지거든요.
시작하는 방법
현실적인 위험도 있어요. 위키가 너무 커지면 LLM도 전체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워져요. 그래서 좁은 도메인 하나부터 시작하는 게 맞아요.
AI 도구 활용법을 공부하고 있다면 그 주제만, 특정 관심사가 있다면 그 영역만 시작하는 거예요. 스키마 파일을 먼저 짧게 써두고, 아티클 하나를 넣어보면서 어떤 페이지들이 생기는지 확인하고 다듬는 과정이 진짜 세팅이에요.
Karpathy는 이 아이디어의 뿌리가 1945년 Vannevar Bush의 Memex에서 온다고 했어요. 개인이 큐레이션하는 지식 저장소라는 개념인데, Bush가 끝내 풀지 못한 문제가 “이걸 누가 유지 관리하느냐”였어요. 80년이 지나 그 자리에 LLM이 들어온 거예요.
AI한테 정리를 맡겨본 적 있나요? 아니면 여전히 혼자 다 하고 있나요?

